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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03-31 13:40
할미꽃을 보며 순리를
 글쓴이 : 박남준
조회 : 2,551  

[경향신문 생태칼럼]할미꽃을 보며 순리를…
입력: 2008년 03월 25일 17:51:42
 
봄날 강을 따라 걷는 길가에 꽃들이 피어납니다. 매화꽃 싱그러운 향기가 바람에 실려 오고 노란 민들레꽃이며 연보랏빛 개불알풀꽃과 분홍빛 광대나물꽃들이 지천으로 피었습니다. 피어나는 꽃들을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노란 산수유와 생강나무꽃이, 목련이 흰 나비 떼를 무리무리 펼쳐놓았다고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순례의 길을 떠난 지도 벌써 40여일이 넘었습니다.

창녕, 의령, 남지, 낙동강을 따라 흐릅니다. 엊그제는 강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길이 없어서 산을 넘어 가로지르는데 산비탈에 피어있는 진달래꽃을 보았습니다. 그래 진달래꽃이 피었구나. 혼자 뜰 앞에 오는 봄을 맞이하고 있을 떠나온 집 생각이 났습니다. 지금쯤 앞마당에도 진달래꽃이 환하겠지. 집에 있었으면 찹쌀반죽을 하고 그 고운 진달래꽃, 마음 독하게 먹으며 눈 찔금 감고 똑똑 따서 화전놀이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꽃들 피어나는 봄날, 그러나 며칠 동안 강을 따라 걷는 길이 즐겁지 않았습니다. 곳곳에서 골재채취를 하느라 윙윙거리는 기계소음 때문만은 아니고요. 강변에 드넓게 펼쳐 있던 눈부신 모래밭을 볼 수 없게 되었던 것만도 아니었습니다. 그리하여 강물이 더더욱 흙탕물이 되어 스스로 정화시킬 수 있는 자정능력을 빼앗기고 있는 현장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도 아니었고요. 화전놀이를 하지 못해서는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며칠 전 이명박 대통령이 영산강을 언급하며 운하를 만들면 수질이 개선된다는, 낙동강을 한번 쓱 쳐다보고 낙동강이 죽어가고 있더라 운하를 만들어서 어쩌고저쩌고 한 이재오 의원과 같은 말을 했다고 합니다.

강물이 왜 죽어 가는가. 수질은 왜 이렇게 개선되지 않는가. 강이란 강마다 그 잘난 수중보와 하구언을 막았기 때문입니다. 공장의 오폐수가 무단 방류되며 과도한 소비향락적인 생활습관으로 인해 다 처리되지 못하고 바로 강으로 유입되는 각종 폐수와 생활하수들 때문입니다.

무자비한 골재채취로 인해 강으로 유입되는 지천들의 수량은 같은데 여과시키고 정화시킬 모래사장이 없이 강폭은 넓어지고 골재를 파내느라 깊어진 웅덩이들 속에서 물이 고여 썩어가지 않는다면 그건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입니다. 운하가 바로 그와 같습니다. 운하가 수질을 개선시킨다니 그런 터무니없는 말은 어디서 배웠을까요.

어제는 봄비를 맞으며 힘겹게 걸었는데 오늘 비 개어 화창합니다. 강가엔 연둣빛 버들잎들 살랑거리고요. 어 저게 뭐지? 순례의 걸음을 멈춰 돌아보니 살며시 고개 숙인 할미꽃입니다. ‘익을수록 겸손하라, 고개 숙여라. 맞다. 저게 순리다.’ 운하, 나이나 지위를 앞세워 억지부릴 일이 아닙니다.

〈 박남준 시인 〉


08-04-01 03:42
답변 삭제  
감사합니다.
글을 블로그에 담아갑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소서

_()_

daum.blog.net/mddnlight
이종진 08-04-04 15:29
답변 삭제  
육체는 고단하겠지만 얼굴빛은 환하게 느껴지는 군요. 오늘 전북종교인협의회 집행부에서 그동안 "생명의강을 모시는 사람들" 과 함께 하지 못하고 있음을 깊이 반성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최종수신부님이 종교인협의회 회원이시지요, 향후 전북지역에서 함께 결합 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또한 전북 민예총에서도 11일 이사회가 있는데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도록 할 것입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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