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을 따라 흐르네
- 시인 박남준
나 내 딛는 한 걸음이 이 땅의 강을 살리는 일이라면
그 강에 찾아오는 새떼들의 노래하는 날개 짓
끊이지 않게 하는 일이라면
강을 따라 흐르는 걸음 어찌 함께하지 않으리
그리하여 내딛는 한 걸음이
강을 거슬러 오르는 은빛 비늘의 물고기 떼들
물길의 나침반 잃어버리지 않게 하는 일이라면
송사리 떼 송알송알 오르내리게 하는 길이라면
그 길에 어깨동무하며 앞선 발걸음 어이 뒤 따르지 않을까
강물을 따라 흐르네
흐르다 때로 가던 걸음 멈추며
세상에 어떤 것들이 참으로 있어 눈물 나도록 아름다울까
걸어온 풍경을 떠 올렸네
깊고 낮은 곳으로 흐르며 아낌없이 채워주는 강물을 생각했네
그 강가에서 눈을 뜨고 밥을 지어 나누며
고단하였으나 오지 않는 잠을 청하기도 했네
눈발이 날리기도 했네
눈길에 첫 발자욱을 새기며
뒤 따를 사람의 발목이 젖지 않을 걸음을
앞서 걷는 이의 고맙고 따뜻한 수고로움을 생각했네
걸음마다 발자국들 이어졌네
멀리 그리고 가까이 반가운 손 흔들며 달려오는 등불들, 환한 행렬들
마른 대지를 적시며 흐를 당신 어, 어머니,
푸른 젖줄의 강물을 생각하네
강물이 강물로 살아 흐르는 생명의 강을 생각하네
뚜벅뚜벅 나 내딛는 한 걸음의 발자욱이
죽음으로 가는 운하를 남김없이 지우며 거두어 내는 일이라면
그 몹쓸 삽날을 막는 일이라면
강물을 따라 흐르네
지금 강물을 따라 걷는다는 것은
봄바람에 기지개를 켜며 깨어나서 고운 솜털 보송거리는
강가의 버들강아지야 널 지켜주겠다고
새끼손가락을 꼭 걸었기 때문이네